제가 전홍을 처음 마신 건 중국 찻집의 모임이었는데 이때까지 유럽의
홍차만 알고 있던 저에게는 달콤한 고구마 냄새가 나는 차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 이후로 중국의 다른 홍차들을 마셔봤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전홍이었습니다.
기문, 우바, 다즐링이 세계 3대 홍차라지만 저는 기문보다 전홍이
우바보다 누와라엘리야가 더 마음에 들더군요. 다즐링은 독특한 매력이 있고요.
아무튼, 그때 이후로 전홍을 마시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워서 중국
쇼핑몰에 주문하려고 중국어를 알아보면서 참 다양한 걸 배웠습니다.
전홍 때문에 중국의 녹차와 보이차, 화차 등을 마셔보았고요.
처음에는 금아(어린잎인데 상품으로 만들면서 금색으로 변하는 찻잎.)
가 많으면 맛있는 줄 알고 금색이 가득한 것만 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금아가 많은 걸 몇 번 마셔본 느낌으로는 전홍은 만드는
사람의 실력이 중요한 거지 금아가 많다고 맛있는 건 아니더군요.
검은색이 많아도 금아가 많은 것보다 맛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판매할 때는 금아가 많은 걸 더 상급으로 치지만요.)
전홍은 운남 홍차의 간칭(약칭)으로 중국 홍차는
이런 식으로 앞에 성의 이름을 줄여서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闽红민홍의 민은 복건성의 약칭이고 川红의 천은 사천성의 약칭,
湘红의 상은 호남성의 약칭인 식이에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영어 명칭은 Dianhong 이지만 Golden monkey 라고도 부릅니다.
(위키에는 복건성과 운남성 둘 다 언급하는데 복건성은 금준미이고
운남성은 전홍이니까 외형만 보고 금색이면 다 Golden monkey라고 부르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 산 거라곤 일본에 가서 산 에이코쿠야랑 루피시아 뿐인데
쉽게 구할 수 없는 거라 마시기는 아까워서 헬라디브만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아는 분이 보내준 전홍이 있단 걸
생각하고 차를 꺼내니 전홍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지더군요.
금색 털이 날리는 찻잎에 초콜릿 같기도 하고 고구마
같기도 한 향기, 약간 새콤한 향도 있는 거 같고요.
따뜻하게 우리니까 훈연 향의 매캐함도 살짝 올라옵니다.
오래 우리면 고구마 향은 짙어지지만 매캐한 훈연 향도 짙어지고
연하게 우리면 고구마 향은 연하고 새콤한 향도 느껴집니다.
취향에 맞게 우려서 드시면 될 거에요.